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순댕이네 얼큰수제비

2019. 10. 3. 02:07후기/음식

칼국수, 수제비 가격도 맛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.
요즘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말이다.
이 집은 사람들이 그렇게 줄을 서서 먹는다고 하길래 호기심에 방문하게 되었다.
과연 1인에 만원씩 받던 영종도 칼국수 집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?

가게 전경

11시 40분쯤 도착한 나는 밖에 사람들만 보고 "얼마 안기다려도 될 것 같구나"라는 헛된 희망을 가졌다.

번호표를 받으니 56번이었다.

???? 번호가 너무 컸다. 여기 오픈 시간이 10시 30분인데 대기번호가 56번???

혹시나 해서 지금 몇 번 인지 물어봤다. 그 결과 24번이라고 한다...

앞에 30팀이 넘게 있는 게 실화인가?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사람들이 먹으려고 노력을 하는 것인가?

2시간이라는 기나긴 기다림 끝에 들어갔다.(슈퍼에서 마실 것 하나 마시고 포켓볼도 한 판 치고,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케이크 하나 먹고도 기다렸다.)

메뉴판

메뉴판은 참 간단하다. 팥칼국수 콩국수를 제외한 칼국수, 칼제비 메뉴에는 모두 다 바지락이 들어간다고 한다.

가격은 7000원 공깃밥은 무료라고 한다. 특이한 점은 음료를 안 파는 것 같았다.

가게 내부

오픈현 주방이며, 저 주방 옆으로는 사람들이 앉아서 대기할 수 있는 대기석이 있다. 

이 대기석이 좀 그런 게 대기석 바로 앞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대기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받으며 먹게 될 확률이 높다.

진짜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.

그리고 테이블에 앉고 나서도 메뉴가 나오기까지 약 30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테이블 회전이 정말 안된다고 보면 된다.

바지락칼국수

바지락 칼국수가 나왔다. 국물 맛은 짠 바지락 칼국수 맛이다. 연하지만 바지락의 향이 나긴 한다. 하지만 바지락을 엄청 많이 넣어서 우려낸 국물은 아니라고 보면 된다. 

바지락은 껍데기만 새면 약 60개 그중 알 있는 녀석들만 보면 한 40개 될까 싶다.

바지락 껍데기 양

껍데기는 엄청나오지만 여기에는 애초에 아무것도 없던 껍데기도 있기 때문에 저만큼 알이 들어있지는 않다.

바지락껍데기
얼큰칼국수

얼큰 칼국수이다. 음 맛은 맵다. 그리고 음 모르겠다. 사실 별로 맛있는지 모르겠더라. 먹고 배만 아팠다. 매워서

여기 집의 문제는 기다림에 비해 정말 맛이 없다는 점이다. 면발은 직접 만들었다고 하나. 굵기나 넓이가 제각각이어서 먹을 때 어떤 면은 덜 익었고 어떤 면은 또 너무 잘 익은 면들이 있었다. 일정한 식감이 없다는 것이다.

국물 맛도 정말 평범하고 가격도 평범하고 그렇다. 

얼큰칼국수 내용물

얼큰과 기본 칼국수의 차이점은 여러 가지 있다. 얼큰 칼국수에는 표고버섯을 깍둑 썰어서 넣었다. 이 버섯의 향이 굉장히 진하기 때문에 굉장히 맛있었다. 버섯이 제일 맛있었다.. 그리고 미역과 기억이 안나는 한 가지가 더 들어가 있었다. 

기본 칼국수는 표고버섯이 없고 감자, 당근이 들어가 있다. 

그리고 한 가지 더 저기 슬쩍 보이는 김치를 보니 할 말이 많아진다. 보통 칼국수 집 면 집의 특징은 김치가 맛있어야 한다. 생긴 거는 매우 맛있게 생겼길래 먹었는데... 김치 양념은 텁텁하고 짜고 배추는 엄청 쓰다. 같이 있던 무도 마찬가지다. 인생의 쓴맛을 맛본 느낌이었다.

저런 줘도 안 먹을 김치를 맛있다고 계속 가져다 먹고 심지어 판매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. 같이 간 여자 친구도 지방 나도 지방 사람이라서 그런지 너무 맛이 없었다. 아니면 서울 사람들이 음식에 관대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
언뜻 봐도 속이 빈 바지락이 많이 보인다. 껍데기는 많이 나올지언정 알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는 뜻이다.

그래도 그 양이면 일반적인 음식점 수준에서는 많은 양이다.

먹고 나오면서 생각했다. 

2시간 동안 기다려서 뭐한 거지? 슈퍼에서 마신 음료, 포켓볼 비용, 스타벅스 비용과 칼국수 비용을 합치니 굉장히 비싼 돈 주고 먹은 것 같은 음식이었다.

옛 말은 틀린 게 없다.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말이다. 

 

평점 5점 만점 중 2.5점

장점

  1. 자신의 인내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.
  2. 바지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환장할 양이긴 하다.
  3. 전체적으로 직원분들이 친절하신 편이다.

단점

  1. 이 시간을 기다려서 먹어야 하는 것인가?
  2. 유명하다고 해서 왔는데 지방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맛
  3. 진짜 너무너무 맛이 없는 김치
  4. 긴 기다림 끝에 들어가 앉아도 또 긴 시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음식